나가며: 배움 이후의 배움, 그리고 가르침
마침내 우리는 5단계로 이뤄진 여정을 통과했다. 눈앞에는 자신의 땀과 좌절, 그리고 성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 놓여 있다. 이는 더 이상 웹사이트가 아니라 낯선 세계를 정복하고 자기 자신을 다시 창조해낸 여정의 기념비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기술을 알기만 하는 사람을 넘어 그 기술과 하나가 된 존재가 됐다. 그렇다면 이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첫째, 우리는 숙련됨이 정상이 아니라 세심하게 가꿔야 하는 정원임을 깨닫는다. 한번 얻은 기술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연마하지 않으면 미세하게 녹슬어가고, 세상의 변화에 맞춰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금세 낡은 게 된다. 한때 자신을 성장시킨 성공의 공식과 편안한 제약은 오히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전문가의 저주로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 이제 우리의 싸움은 ’모름’과의 싸움이 아니라 ’이미 안다’는 교만, 그리고 ‘지금에 안주하려는’ 관성과의 싸움이 된다. 새로운 질서가 사랑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원에 물을 주며 잡초를 뽑아내는 성실한 정원사와 다르지 않다.
둘째, 우리는 배움의 최종 단계가 ’가르침’에 있음을 발견한다. 이제껏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이제 막 1단계의 막막함 앞에서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손을 건네는 것. 이는 이타적 봉사라기보다 자신의 지식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행위다. 초심자의 순수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온 지식의 근본을 다시 파고들게 된다. “이건 말이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무의식적으로 말하는 대신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더 나은 비유와 명료한 논리를 찾아 헤맨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직관적인 지식은 비로소 체계적인 언어로 정리되고,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완전한 내 것이 된다. 자신이 1단계에서 도움을 받은 웹상의 익명의 선배처럼 이제 자신이 누군가의 ’자비로운 제약’이 되는 것. 이는 배움의 공동체에 진 빚을 갚는 행위이자 배움의 선순환을 완성하는 위대한 실천이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우리는 이 여정의 가장 위대한 전리품이 ’웹사이트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배우는 법을 배우는 능력’ 자체임을 깨닫는다. 앞선 5단계는 웹사이트 만들기에만 국한되지 않는, 모든 낯선 영역을 정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이라 자부한다. 이제 우리는 기타를 잡고, 낯선 언어의 책을 펴고, 요리책을 펼칠 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우리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의미를 몰라도 그저 따라 해야 한다는 것(1단계)을. 곧 자신의 형편없는 실력에 좌절하는 순간이 찾아오리라는 것(2단계)을. 위대한 작품을 해부하고 그 원리를 훔쳐야 하는 때가 온다는 것(3단계)을. 그리고 반드시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정체기를 맞이할 테고,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4단계)을. 마침내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되리라는(5단계) 사실까지도.
「들어가며: 지도가 사라진 시대의 항해술」에서 우리는 지도가 사라진 시대와 불편하게 마주했다. 하지만 모든 여정을 마친 우리의 손에는 이제 어떤 미지의 세계 앞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자신만의 나침반이 들려 있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끊임없이 변하는 오늘날, ‘어떻게 배우는지’ 아는 우리는 그 어떤 변화도 두렵지 않다.
배움은 끝이 있는 과제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는 방식 그 자체인 까닭이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